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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칠 수필> 친구와 떡국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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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칠 논설위원
기사입력 2024-02-16 [09:22]

▲ 윤문칠 전) 전남도 민선 교육의원
▲ 예향 전남, 드높인 문화예술인
▲ 현대문예(2008년), 한국수필(2009년) 등단
▲ 여수수필문학회 회장(현)   ©

이른 새벽 아파트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열어보니 찬바람에 몸이 살짝 움츠러들였지만 맑은 공기 덕인지 속이 확 트인다.

 

간밤에 내린 눈이 주차된 자동차 위를 하얗게 덮었고 바다건너 경도 섬의 모습도 하얀 이불을 덮은 듯 따뜻하게 다가왔다.

 

커피 한잔하며 좀 더 밖을 내다보고 싶은 마음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조끼 주머니에서 유난히도 크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린다.

 

여보세요” “오늘 자네 뭐 한가?”

 

“1130분까지 작업실로 오소! 떡국 한 그릇 맛있게 끓여서 같이 먹어보세

 

항상 점심때가 되면 막걸리 한잔 서로 기울이고 무언의 미소를 나누는 관계, 유익한 건강 정보도 잘 전해주는 따뜻함을 간직한 친구로부터 새벽부터 걸려온 전화다.

 

코로나19로 인해 요즘 만남이 뜸했었는데 반가운 연락에 내 마음은 이미 친구의 작업실 문 앞을 두드리고 있다.

 

한때 우리 지역에서 사진작가로 예식 업으로 잘나가던 사업을 아들에게 전수하고 다양한 취미생활로 노년을 즐기고 있는 낭만과 활기가 넘치는 실버 가수다. 바다낚시를 하고 돌아온 날이면 작업실에서 간밤에 낚아온 어류를 손질하고 손수 만든 음식을 지인들과 함께 나눌 줄 아는 인정이 넘치는 친구! 매일 아침 나에게 휴대폰 메시지로 좋은 글을 보내주며 아침 인사를 건네는 보약 같은 친구다.

 

약속시간에 도착하니 어류 뼈를 이용한 육수로 떡국을 끓여놓고 기다리고 있던 친구를 만나 반갑게 주먹을 부딪치며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진수성찬은 아니어도 직접 정성껏 준비한 떡국의 맛을 나누며 한 살 더 먹었으니 우리 더 건강하세라고 말하는 친구의 덕담에 절로 주변이 따뜻해졌다.

 

우리의 고유 명절 설에는 온 가족과 함께 즐기는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코로나195인 이상 집합 금지의 정책에 모든 가족이 함께 하지 못했다.

 

집합 금지를 어기면 감염병 관련 법률에 근거하여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발표도 있었고, 우선 가족의 안전이 중요했기에 정책에 따라 조용한 명절을 보냈다.

 

올해 명절은 나의 시랑 하는 동생의 1주기 기일이도 해 마음 한구석이 휑했었다.

 

명절에 보고 싶고 그립기만 한 동생을 생각하니 그저 그곳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며 속으로 되뇌었다. 가족이 함께 모여 기일을 기리지 못하니 동생이 다니던 교회로 가 추도예배를 드렸다. 상황이 이러하여 한자리에 모여 떡국도 못 먹고 헤어지는 아쉬움이 남는 명절이었는데 오늘 친구의 연락에 떡국 한 그릇을 나누니 아쉬웠던 마음이 흔전해진다.

 

새해에 왜 떡국을 먹는 줄 알아?”

 

왜 그렇긴, 오래 살고, 잘 먹고 돈도 많이 벌리는 뜻이 담겨서 그렇겠지?”

 

웃으며 대답하던 친구와 서로 공감대가 있는 옛이야기를 나눈다.

 

까치 까치설날 노랫소리에 벌떡 일어나 눈을 떠보니 새벽 기다림이 얼마나 컸을까? 꿈속에서 잠 못 이루는 설날 엄니 아버지께 세배 올리고 형 동생 줄지어 골목길 누비며 일가친척 어르신께 세배 올리며 세배 돈 받았던 그때가 그립네!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떡 방앗간에 가면 막 나온 따끈한 긴 가래떡을 건네주시곤 했던 어머니! 옆에서 홀짝홀짝 가래떡을 먹던 까까머리 아이가 어느덧 일흔이 넘었으니 그 긴 세월 떡국도 참 많이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고, 손주들에게 세뱃돈을 주는 나이가 되었고, 이 재미 또한 나쁘지는 않지만 실버로 들어선 세월, 그저 이 세월이 너무 빨리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음이 느껴질 뿐이다.

 

옛 부녀자들이 길쌈하며 부르던 노래 중에 호박은 늙으면 단맛이 나고, 사람은 늙으면 간다.’는 고달프고 서글픈 심정을 노래한 가사가 있다.

 

호박처럼 늙으면서도 본분을 다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을까?

 

오늘 친구와 함께 떡국 한 그릇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와 생각들로 추억의 한 장을 더 새겼다.

 

친구가 오늘은 노인 일자리 교대 근무가 있다며 후루룩 커피를 마시고 일어선다. 바쁘게도 즐겁게 도사는 그 친구를 보니 노년의 삶도 푸른색을 띠는 듯하다.

 

서로 단맛을 내는 관계!

 

그래! 한 살 더 먹었으니 단맛을 낼 줄 아는 어른으로 살아야지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느껴지는 나이가 아닌가?

 

친구! 남은 세월 애증을 초월한 좋은 관계로 남아 보세!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정하기만 하던 친구의 그리운 얼굴을 그려보니 오늘 하루는 막 떠놓은 떡국처럼 따뜻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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